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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저도 제 인생이 아쉬워요. 꿈도 못 이뤘고…. 이제 저의 새로운 꿈은 아이들이 여기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도록 하는 거예요. 나중에는 제 손자·손녀들이 이런 말도 하는 거죠. ‘할머니, 할아버지는 한국에 외국인처럼 와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덕분에 우리는 한국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한국에 온 후 10년 동안 밤잠을 아껴가며 공부했지만 아직 따냐씨의 한국어는 능숙한 편이 아니다. 지난 19일 저녁, 경기 안산시의 따냐씨 집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딸, 아들이 돌아가며 통역을 맡았다. 그의 남편은 아예 한국말을 익히지 못했다. 지금은 네 가족이 러시아어로 대화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자녀가 결혼하고 손자·손녀가 태어나면 또 다른 소통 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조선 말엽부터 시작된 유랑의 역사, 제국주의와 냉전 그리고 전체주의에 휩쓸리며 큰 희생을 감내했던 고려인들. 다시 한반도로 돌아온 고려인 동포들이 이주민으로서의 불안감과 단절감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일상을 누릴 날은 언제쯤 올까.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250600055&code=940100#csidx1486f09584932ab9311bfb835495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