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 사례
1. 이주민은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 창구’에서만 건강보험 관련 문의를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전화 문의 할 번호도 없고, 통역원도 없어
건강보험공단은 “외국인 관리체계를 더 공고히 형성”해야 한다며 이주민 인구 비율이 높은 서울, 안산 지역에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 창구’를 시범적으로 개설하고, 이주민들은 이 창구를 통해서만 건강보험 관련 문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안산의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 창구’에는 전화 문의를 할 수 있는 번호가 없고, 통역원도 배치되어 있지 않아서,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은 이주민, 대사관에서는 발급하지도 않는 서류를 요구받은 이주민들이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세대원으로 등록하려고 했더니 존재하지 않는 서류를 요구하거나 전쟁 중인 본국 대사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서류를 요구
◉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동포 Y씨는 러시아 국적 고려인 동포인 아내와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직장가입 피부양자로 등록하려고 했다. 건강보험공단은 9개월 이내에 발급받은 부부의 결혼증명서와 딸의 출생증명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결혼증명서나 출생증명서를 최초 발급한 이후 재발급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 국적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결혼증명서를 확인시켜 줄 수 없다고 했다. Y씨의 사정을 들은 지원단체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요청해 관련 내용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으로 공문을 보냈다. 보건복지부에도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도, 공단도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발행하는 출생증명서에는 부모의 생년월일이 기록되어 있지 않는 등 국가마다 서류 양식이 다르다. 그런데도 건강보험공단은 무조건 똑같은 서류를 내놓으라며 요구하고 있어 이주민들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조차 세대원으로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예멘 국적 인도적체류자 H씨는 아내를 피부양자로 등록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본국 외교부의 확인을 받은 혼인관계증명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한국에는 예멘 대사관이 없기 때문에 관련 서류를 떼려면 인편을 통해 부탁해야 하는데 전쟁으로 인해 요구하는 비용이 100만~200만 원가량 되고 그마저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인도적체류자는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로 가족관계증명이 가능하다고 하여 해당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였으나 외국인등록일로부터 9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해당 서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H씨는 결국 말레이시아 주재 예멘 대사관을 통해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3. 연로하신 부모, 학업, 장애, 질병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자녀조차 각각 독립된 세대로 세대 당 평균보험료 이상 부과
◉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동포 R씨(20살 남성, 방문취업(H-2) 비자)는 혼자 일을 해서 뇌경색을 앓고 있는 어머니, 고령의 할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R씨는 직장건강보험에 가입이 안 되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어머니와 할머니를 한 세대로 등록할 수 없게 되어, 세 명의 가족 각각에게 113,050원이 부과된 3개의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가진 러시아 국적 고려인동포 L씨는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일을 할 수 없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성인인 자녀는 무조건 한 세대로 등록할 수 없게 되어 두 명의 가족 각각에게 113,050원이 부과된 2개의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 인도적체류자 A씨는 부인, 고령의 노모, 자녀 4명과 함께 살고 있다. A씨는 본국에서 입은 총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현재 성인이 된 자녀 1명이 일용직으로 일을 해서 버는 월 120여 만 원으로 7명의 가족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성인 자녀, 노모, 나머지 가족 각각에게 79,140원이 부과된 3개의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인도적체류자는 세대당 평균보험료의 30%를 감면받지만, 이 가족에게 79,140원×3=237,420원의 보험료는 가계 월소득의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4. 반복되는 입국 후 6개월의 공백
◉ 방문취업(H-2) 체류자격으로 국내 체류 중이던 중국동포 B씨는 지병이 있어서 계속 치료를 받는 중이다. B씨는 올해 체류기간이 종료되어 중국에 가서 다시 비자를 받아 재입국해야 했다. 그런데 재입국한 후에 6개월이 지나야 지역건강보험에 다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했다. 그 6개월 동안 B씨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못 받는데 그치지 않고, 외국인수가(건강보험 수가의 200%)로 책정된 고액의 의료비를 내야 했다. 이번뿐만 아니라 3년마다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했다.
지역가입 자격을 가진 외국인 및 재외국민이 일시 출국 후 6개월 이내에 재입국한 경우 출국한 기간 동안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지역가입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체류기간이 종료된 경우에는 처음 입국한 경우와 동일하게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지역가입 자격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3년 만기 방문취업(H-2) 체류자격으로 출입국을 반복해야 하는 동포들은 매번 6개월의 건강보험 공백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5. 공식적인 외국인력도입제도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정부가 데려왔는데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직장가입을 안 해주는 보험공단
◉ S씨는 인천에서 4년 이상 고용허가제 농축산업 노동자로 일해 왔다. 월 300시간 이상 씩 일하는데, 월급은 처음 125만원에서 시작해서 이제 174만원을 받는다. 지난 4년간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갈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딱 한 번 병원에 갔는데 건강보험이 없어서 15만원이 나왔다. S씨도 7월부터 역시 월 113,050원 이상을 내고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농축산업의 경우 ‘농업경영체등록확인서’만 제출하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사업자등록증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은 사업자등록증이 없으므로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고용노동부도, 건강보험공단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