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강사활동 후기(이태성)
2015.5.24.
찬바람이 부는 2015년 1월11일 나는 처음으로 선부동 땟골 마을로 향했다. 명목은 러시아어 공부였다. 지난해, 고려인 이주 150년 기념행사를 본 뒤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는 ‘너머’라는 단체 카페에도 가입하고, ‘너머’ 사무국에 전화하여 건물세를 못내 쫒겨나게 생긴 데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내가 한국어봉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마침 나는 사이버대학에서 한국어학과를 끝마칠 때였다.
나는 ‘너머’ 사무국에 전화해서 한번 찾아가 보겠다고 김영숙사무국장님한테 얘기한 뒤, 1월11일 처음 갔고, 러시아어 공부도 하며, 체육활동도 함께 하면서 얼굴을 익히고, 서로 인사하면서 친근감을 가진 뒤, 2월쯤 신기현씨로부터 금요일 밤에 한국어봉사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나는 흔쾌히 그리 하겠노라 수락하였다. 그래서 3월부터 수업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실력 편차가 심하고, 혼자 감당하기가 버거워 내가 아는 맹숙영씨한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같이 해 보겠다고 하며 의지가 강해서 서울에 사는 사람을 안산에 오게하여 인사를 시키고 4월부터 같이 한국어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수업하려고 지하실로 들어가 교실을 보니, 열린 공간에 한쪽에서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청소년이 있고, 책장으로 칸막이를 한 다른 쪽에서는 아이들이 떠들고, 수업분위기가 아니었다. 처음 내가 맡은 반에 나온 학생 5명, 블라드, 알렉스, 이레나, 막심, 또 블라드 등이었다. 한 번 가르쳐보고 나니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단어를 가르치고 발음을 시켜보고 받아쓰기를 시켜보니, 아이들이 학교와 동네에서 한국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생활단어는 이해하고 잘 알지만, 학교에서 쓰는 단어나 용어의 뜻은 전혀 모르고 받아쓰기에서는 더욱 심각하여 맞춤법이 전혀 맞질 않았다. 그래서 ‘너머’ 김진영선생님께 요청하여 학교 국어.수학교과서를 사달라 하였고, 그 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맹숙영선생님과 반을 나눠 가르치고 있으며, 내가 가르치는 우리반 아이들은 6명, 예브게니, 블라드1, 블라드2, 알렉스, 아나스타시아, 밀레나 등, 그런데 이 아이들 중, 6학년 예브게니는 차분하고 조용하여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였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라 보기에 안타깝고 많이 가르쳐 주고 싶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다른 학생들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블라드, 알렉스, 아나스타시아, 밀레나한테도 수업에 나오면 최대한 공평하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열악하게도 아이들 간에 편차가 있고, 학년이 다른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놓다 보니, 아이들이 한창 장난을 치고 주위가 산만하여 수업을 진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좀 더 크고 넓은 공간, 아니면 책상이 있는 소규모 공간이 여러 개 있는 그런 교실이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각자 따로 선생님이 지정되어 학생 개인에게 맞는 실력수준에 맞추어, 이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을 높여줌으로써 초등학교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고, 이어서 중학교에도 포기하지 않고 진학하여 내국인 아이들과 똑같이 의무교육을 비슷한 학업실력으로 마치고, 가능하면 고등학교까지 진학해서 대한민국의 한 성인으로, 시민으로, 민족의 일원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늘 5월22일은 예브게니가 졸린다하면서도 수학공부를 열심히 했고, 블라드와 알렉스는 국어교과서에 있는 말놀이 게임을 하고 싶다하여, 허락해줬더니 놀이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밀레나는 2학년인데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한글공부 책을 가지고 한쪽에서 열심히 쓰기공부와 문제풀이 공부를 하였다.
끝으로, 지난 5월15일 밤 스승의날 기념식을 아주 조촐하게 마련해준 김영숙사무국장님, 신기현선생님, 김진영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작으나마 정성을 보여주셨고, 아이들이 준 카네이션 꽃바구니도 잘 받아서 아직 우리집 제 책상 위에 그대로 있습니다. 반면에, 예브게니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블라드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 알렉스의 어리버리한 행동, 아나스타시아의 발랄함, 밀레나의 차분함 등이 앞으로 제가 한국어강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스승의 날에 조촐한 감사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