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바이오센서㈜ 조영식 회장 감동
한글 야학 ‘너머’에 2억1000만원 기부
운영비 부족으로 힘겹게 꾸려가던 국내 유일의 고려인 한글 ‘야학’이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큰 힘을 얻게 돼 추석을 앞두고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안산시 단원구 선부2동 고려인 밀집지역 ‘땟골’에 위치한 고려인 한글 야학 ‘너머’는 모국을 찾은 고려인들의 유일한 ‘기댈 언덕’이다.
안산지역에만 고려인 동포 5000여명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연해주 등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모국을 찾아 일하고 있는 동포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일용직 일자리를 얻는 탓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문화 차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지난해 9월 땟골에 ‘한글 야학’이 문을 열었다. 김승력(44) 사무국장을 포함한 4명의 자원활동가가 50여명의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야학을 진행하고 있다.
통·번역 지원, 임금체불 해결, 건강보험 지원 등 고려인들의 애로사항 등도 해결해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늘 운영비가 부족했다. 야학의 수입원은 회원들이 보내주는 월 130만~150만원의 후원금이 전부다. 지인들에게 30만원, 50만원씩 무이자로 빌릴 때도 많았다.
때문에 김 국장 등 자원활동가들은 월급은 고사하고 부족한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야학을 진행하면서도 낮 시간에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주경야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에스디바이오센서㈜ 조영식(51) 회장이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 회장은 “국내 유일의 고려인 야학교가 운영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0일 한걸음에 야학으로 달려갔다.
그는 야학 김 국장에게 매월 500만원씩 3년간 1억8000만원을 지원해 주고, 이와는 별도로 야학 시설 개선 및 컴퓨터 등 기자재 구입비용으로 3000만원을 추가 지원해 주기로 약속하고 다음달 곧바로 후원계좌로 입금시켰다.
조 회장은 “고려인들은 스탈린 통치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했던 우리 민족인데, 야학을 돕는 게 고려인을 돕는 것이라는 생각에 후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국에 온 고려인 동포들이 힘들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너머’가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우리의 바람은 야학에 머물지 않고 한글교육, 일자리 정보제공, 모국탐방여행, 긴급구호사업, 의료문제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고려인교육지원센터’로 발돋움 하는 것인데, 이번에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한 것 같다. 추석을 앞두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너머’에 대해 지원에 나선 조 회장은 장학 사업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기업인으로 최근 모교인 서울대에 발전기금 5억원을 쾌척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수원 유신고교를 찾아가 장학금으로 연간 1억원씩 5년간 5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고 우선 1억원을 내놨다. 또 (사)한국브라질 소사이어티에 2000만원을 기부하고 직원들에게는 7억6000만원을 증여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며 “조만간 장학재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후진 양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