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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땟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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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30 16:16
너머 상담일지 - 고려인 강 모씨의 경우
 글쓴이 : 신기신기
조회 : 15,709  
 
76년생 강씨는 H2 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습니다.
그는 가구공장에서 일하면서 4백여만원의 임금을 체불당했습니다.
사장은 회사를 고의부도냈습니다. 건물은 경매에 넘어갔고 그에게는 최우선순위변제자로서 체불금품 100%가 배당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측에서는 법무법인을 통해 배당액을 감경하고자 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신청기간동안 신청하지 않은 사람의 채권은 감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말을 잘 모르는 그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 수 없지만 결국 3백만원 정도는 떼이게 될 것입니다.
 
그는 공장이 폐업하고 나서 사장의 부인 이름으로 된 가구회사에서 다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이는 돈 떼어먹은 회사에서 왜 또 일을 하는 걸까 의문을 품겠지만, 그 회사로 옮겨가서 일하면 주지 않은 임금을 주겠다는 말에 그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옮겨간 회사(사실은 같은 이의 회사)에서도 수백만원의 임금이 밀렸습니다. 그리고 2014년 6월 어느날 기계에 손이 빨려들어가 왼손 살점이 온통 찢겨져나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강씨는 2차례의 수술과 긴 입원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산재보험에 가입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엉덩이와 배 등에서 살을 떼어내 손에 붙이는 수술을 받고 다행히 손을 쓸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감각도 없고 힘도 없어 뭔가를 쥐지 못합니다. 당연히 일도 할 수 없습니다.
 
그는 11월에 3번째 수술을 받아야 하고, 이후 2달 정도 추가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또다른 문제가 생기는데, 방문취업비자(H2)를 받아온 그의 체류기간이 11월 7일에 끝납니다. 산재승인은 11월 9일까지만 나 있습니다.
 
그는 체류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매일 아침 병원과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오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진단서를 발급해주었고, 출입국사무소에서는 그것으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다시 가자 이번엔 진료계획서를 써주었고, 출입국사무소에서는 그것으로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산재연장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그게 안된다면 산재연장신청이라도 하고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근로복지공단으로 진료계획서를 보내 산재연장신청을 했습니다.
 
다시 출입국사무소에 가자 출입국에서는 비자 연장은 안해주고, 방문취업비자(H2)로 취업했을 때는 2주 안에 취업신고를 해야 했었다며 벌금 20만원을 내고 오라고 했습니다. 강씨는 치료 좀 받겠다고 비자 연장하러 갔다가 없는 돈에 벌금 20만원을 냈습니다. 벌금을 내고 다시 창구로 가자 출입국 직원은 말을 바꿔 연장 신청만 갖고는 못해주겠다며 연장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그냥 연장해주는 건 최장 30일까지만 가능하고, 그 이상 연장하려면 H2비자를 G1(난민비자)로 바꿔야 하는데, 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으려면 수수료 13만원을 또 내야 합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출입국법상 생명이 위독하거나 한 위급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비자 변경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본국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겁니다. 여기서 더 치료받기 위해 비자를 변경하려면 반드시 산업재해연장승인을 받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산재연장신청만 하고 오면 체류자격변경을 해주겠다며 똥개훈련을 시킨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산재 연장승인이 되든 안되든, 자기 돈 내고라도 최초 수술받은 병원에서 한두달만 더 치료받겠다는 요청은 그런 법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되었습니다.
 
신청기간을 조금 경과해서 신청했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위험하고 힘든 육체노동을 해가며 얻은 임금채권을 칼같이 베어내는 법과 원칙, 취업신고 안했다고 칼같이 벌금을 걷어가는 법과 원칙은 고작 2달만 더 치료를 받겠다는 동포의 권리를 제한하는 데도 칼같이 적용되었습니다. 위장폐업을 일삼고 동포들 피눈물 흘리게 하는 사기꾼들은 잘 피해다니는 법망을 이들이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강씨의 산업재해 3차 연장신청은 승인되었습니다. 이게 안됐으면 자기 돈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고, 자기 돈 내고도 체류기간 때문에 물리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출국할 뻔 했습니다. 이제는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치료 겨우 2달 더 받자고) 수수료 13만원 내고 G1비자로 바꾸고 치료받다가 부인과 헤어져 본국에 돌아가 6개월~1년을 기다려 다시 취업비자를 받아 돌아오면 됩니다. 그나마 산재승인이라도 받은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상황입니다. 150년을 타국에서 떠돌다 겨우 모국에 돌아온 고려인 동포들 중 운이 아주 좋지는 않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이 대강 이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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