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일, 고려인 남자 두명이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지인이 아파서 집에 누워있다며 병원에 데려가줄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집에 가보니 아저씨 너댓명이 한방에 앉아있었고, 얼굴이 까맣게 된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안산 한사랑병원은 안산희망재단을 통해 고려인 응급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치료비 걱정에 며칠째 통증을 참았던 환자라 먼저 한사랑병원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검사결과 폐렴이 위중하여 한사랑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고 해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으로 가야 했습니다.
저녁 8시에 고려대병원 응급실에 들어가 입원실로 옮겨가기까지 7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검사와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너머의 상담활동가가 통역지원 때문에 새벽까지 옆에 있어야 했습니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그날의 응급실비만 120여만원이 나왔고, 입원 예치금으로 따로 20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환자는 돈이 없고, 계속해서 수납을 하지 않으면 치료와 입원이 불가해 동행한 활동가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은 아프고, 가족도 돈도 없는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환자는 현재(8일)까지 입원해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입원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환자는 한번 아프면 이처럼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인은 입국 후 3개월이 지나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데, 위의 환자의 경우 한국에 입국한지 20개월이 된 상태에서 이렇게 갑자기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면 가입이 불가능한 기간 3개월을 제외한 17개월간의 건강보험료(약 9만원x17개월)을 지불해야 합니다.
위 환자의 치료비는 이미 360만원을 넘겼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경우 치료비는 150만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약 160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더라도 건강보험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치료비 절감 효과가 커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편이 낫습니다.
오늘 활동가가 다시 병원을 찾아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건강보험에 가입하려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했습니다.
이 환자는 가족 없이 혼자 나와있는데, 이 경우엔 본인이 반드시 직접 와서 가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병원에 문의하니 의사는 외출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건강보험에 다시 전화를 걸어 환자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도, 어쨌건 본인이 오지 않으면 가입이 되지 않는답니다.
결국 오늘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가족 없이 혼자 나와 일하는 고려인 동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돈을 버는대로 본국의 가족들에게 보내다보니 정작 자신이 아플 때는 돌봐줄 사람도, 치료할 돈도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사랑병원의 긴급의료지원으로 많은 응급환자들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도움을 받고 난 후 환자뿐아니라 지인들까지도 한국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이 커졌다며 저희를 찾아오고는 합니다.
그러나 한사랑병원은 종합병원이 아니다보니, 한사랑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 치료비를 혼자서 해결해야 합니다.
티씨의 치료비는 티씨의 지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가불을 받아 해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