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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23 16:23
20200716_[보도자료] 7.11 경기도 도민특강, 영화 「헤로니모」상영회 및 감독과의 대화 성황리에 열려 / 세계시민 헤로니모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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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국내거주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이하 너머)2020711, 한양대 ERICA 컨벤션에서 경기도 고려인동포 정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영화헤로니모상영회 및 감독과의 대화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시민 가족들과 학생, 고려인동포, 재일동포 등 고려인 동포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관객들이 참석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o 경기도와 너머가 주최·주관하고 있는 <고려인의 어제, 오늘, 그리고 함께하는 내일> 사업은 고려인 정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역사톡콘서트, 사진전 및 문화행사, 영상 제작 및 홍보등을 통해 도내 체류중인 고려인 동포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제공하고 동포애를 드높여 시민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이번에 진행된 도민특강은 딱딱한 강의에서 벗어나서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고 고려인 음식을 체험하면서 동포와 하나되는 축제의 장으로 준비되었다.

 

o 상영작 헤로니모는 바다 건너 낯선 땅 쿠바에서 만난,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 준 숨겨진 주인공들을 조명하며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들과 우리의 역사, 그리고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생생하고도 따듯한 시선으로 전하고 있는 영화이다. 조국을 떠나 머나먼 쿠바에서 매 끼니 쌀 한 숟가락씩 모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 자금을 보낸 독립운동가 임천택, 그리고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어깨를 나란히 한 쿠바 혁명의 주역이자 쿠바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 헤로니모, 그리고 100년을 이어져 내려온 꼬레아노의 정신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전후석(영어명 조셉 전) 감독의 순수한 열정으로 탄생한 헤로니모는 그들의 역사이자 우리의 역사인 디아스포라의 치열한 삶을 통해 뜨거운 조국애와 깊은 감동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o 뜨거운 반응 속에서 상영회를 마치고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는 전후석 감독과 불곰이앤엠 이의찬 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한인 디아스포라를 다루고 있는 영화의 주제처럼 고려인동포, 재일동포, 재미동포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동포들이 공감의 메시지를 나눴다. 참가자 중 고려인 청소년 박 올가양은 이 영화처럼 고려인 청소년 스스로 말하는 고려인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일가족이 함께 온 이 빅토르씨는 쿠바의 모습이 고려인동포들이 살아온 모습과 너무나 비슷해서 공감이 되었다. 고려인 동포에 대한 이런 다큐멘터리도 작업하면 동포들이 많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o 전후석 감독은 헤로니모의 주인공인 헤로니모 임이 도달한 지점은 민족을 넘어선 휴머니즘이라고 언급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포괄하고 있는 디아스포라는 지엽적이고 폐쇄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더 넓은 차원의 세계 시민이자 인본주의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영화 중 유대인 랍비가 한 말처럼 디아스포라의 뿌리는 고통이고, 그 고통 끝에 나오는 것은 혁신성이라고 지적하면서 민족, 한국인의 정의와 범주를 확장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를 기획한 ()너머 김영숙 사무처장은 영화를 통해서 시민들과 동포들이 디아스포라가 가지고 있는 혁신의 가능성과 역할을 발견하고, 고려인 동포들을 포용하면서 한국 사회의 인본주의적 가치가 함양되고 다양성이 증진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시민 헤로니모

 

얼쑤

 

 

살면서 디아스포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공단을 끼고 있는 안산이라는 도시의 특성 때문에 수많은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를 가까이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들과 나를 분리해 살았다. 우연한 기회에 캄보디아 여성들의 쉼터로 자리를 내준 지구인의 정류장을 통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행태를 확인하면서 부끄러움과 연민을 느껴 이웃에게 알리고 소소한 도움을 주었던 게 의식하고 행동한 첫 경험이다.

 

이후 자녀의 나이가 어린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그림책 수업을 수년간 진행했다. 이분들은 결혼이주여성이라는 본질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데 굴레가 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중 언어와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는 자녀들과 가족에게 더 큰 경쟁력을 안겨주고 삶의 질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고려인문화센터 너머를 통해 알게 된 고려인은 캄보디아 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과는 결이 달랐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냉전시대, 강제이주 등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머나먼 나라에서 전통을 목숨처럼 지키며 살아낸 고려인의 삶을 전해 들으며 솟구치는 감정의 홍수를 겪게 되었다.

 

다큐영화 헤로니모는 이전에 내가 디아스포라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의문을 품고 느끼던 것을 한 장의 종이에 요점만 간추려 잘 정리해 놓은 것 같은 영화다.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고려인들처럼 자신들의 의지를 벗어나 애니깽 농장에 팔려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한인을 결속시키려 노력했던 애국지사 임천택의 아들 헤로니모 임 김의 삶을 보여준다.

 

헤로니모가 부모님의 영향으로 정의로운 삶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며 사회운동에 참여했고, 법대에서 만난 피델 카스트르와 체 게바라를 도와 쿠바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 쿠바정부의 요직에 올랐다는 사실은 마치 옛날이야기니까 가능한 무용담같아 놀라웠다.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한인과 쿠바인들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헤로니모는 쿠바의 한인대표로 대한민국 광복50돌 한민족축전에 초대되어 서울을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쿠바 전역을 돌면서 한인회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한글학교를 세우며 한인의 정체성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인회를 결성하기 위한 헤로니모의 헌신은 남과 북이 갈라진 한국의 현실 때문에 아직 미완인 상태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들은 쿠바의 한인들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많은 영향력과 사유의 씨앗을 제공했다.

 

배낭여행을 갔던 쿠바에서 우연히 헤로니모의 딸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면서 시작된 전후석 감독의 열정프로젝트 헤로니모는 애초 1년의 기간을 계획하고 시작했다고 한다. 예상과 달리 3년 간 4개국, 17개 도시를 돌면서 헤로니모와 관련한 인물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감독이 겪었을 어려움과 고뇌는 영화에서 충분히 엿보인다.

 

일제강점기에 애니깽 농장에서 일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한 애국지사 임천택, 한인의 정체성에 눈을 뜬 후 쿠바 한인의 정체성 수립을 위해 노력한 헤로니모, 그들의 이야기를 혼자 알고 감명 받은 채로 이러이러한 사람도 있더라라며 전설처럼 주변인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었던 것을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리고자 열정을 불태운 감독 전후석. 이들이 일체가 되어 전해준 묵직한 삶의 이야기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심장을 조이는 듯한 통증을 유발한다.

 

전 세계가 지구촌이라 불리며 국경을 이웃 마을 넘듯 오가는 시대에 민족적 정체성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은 내안의 고민은 전후석 감독과의 대화에서 답을 얻었다.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은 그것을 깨뜨리는 것으로 완성된다는 역설적인 말씀을 하셨는데, 이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목적을 찾고 자부심을 느낀 후 이를 초월함으로써 단절된 나가 아닌 세계 속의 나로 살게 해 정체성 여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충분히 생각하고 이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연결한다면 그가 바로 세계시민이라는 명쾌한 답을 얻게 된다. 헤로니모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답을 얻는데 만족하지 않고 쿠바 안의 한인으로 영역을 넓혀 자신의 고민을 공동체로 확장시켰다. 이로써 한인으로, 쿠바인으로,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처음엔 모르는 애국지사의 이름에 미안함과 부끄러움, 그들 덕분에 잘 살고 있기에 쿠바 한인에 대한 부채의식이 생겼다. 쿠바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 나와 같은 나라 사람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또한 헤로니모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위태로운 세상이 지속되는 것이란 걸 느꼈다.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서 헤로니모라는 세계시민이 보여주는 열정과 넉넉한 품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감동을 받았다. 더불어 내게도 세계시민이라는 아름다운 꿈을 갖게 만들었다.

 

감독이 편집에만 1년을 쏟아 부은 이 영화가 2019년 연말에 개봉했는데, ‘겨울왕국과 같은 시기의 개봉이라 주목을 받지 못해 안타까웠다. 이 영화가 시기를 따지지 않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상영되어 대화의 주제가 되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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