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역에 살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지 80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고향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 고려인은 6만 명이 넘는데요.
외국인 취급을 받는 고려인 4세 문제는 해결의 길이 멀어 보입니다.
황하람 기자의 더넓은 뉴스입니다.
[기사내용]
한글 배우기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고려인 4세 아이들.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우리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최율리아 /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중학교 끝나고 고등학교 가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하지만 성인인 된 뒤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현행법상 고려인 4세는 재외동포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김발레리씨는 한국에 산지 올해로 6년째입니다.
러시아와 필리핀 등을 오가며 3개월마다 비자를 연장해야 합니다.
[김발레리 /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제 뿌리는) 한국인인데 왜 사람들은 이방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달 15일에도 강제출국 당할 뻔 했지만 간신히 내년 6월까지 비자를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정부가 한시적 조치를 마련한 덕분인데,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아예 아들과 같이 사는 것을 포기한 어머니도 있습니다.
[신페루자 /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3세]
"떨어져 살고 있어서 좀 많이 마음이 아파요. 우리 아이랑 13년 동안 두 번밖에 못 봤어요."
한국거주 고려인은 6만 여명.
그 중 고려인 4세는 7천 백여 명입니다.
경기 안산과 충남 아산, 인천 등 제조업이 발달한 공업단지 주변에 모여살고 있습니다.
[황하람 기자]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이곳 안산 땟골에는 보시는 것처럼 러시아어로 된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인 4세는 원칙적으로 취업활동이 금지돼 일자리를 구하는데 한계가 많습니다.
지난해 고려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 7건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김명훈 / 법무부 체류관리과 사무관]
"무제한으로 끌어안는 것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도 분명히…노동시장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필요하기 때문에 관계부처와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서 유입속도라든지 유입규모라든지…"
관련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고려인 4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영숙 / 고려인지원단체 너머 사무처장]
"국권을 찾기 위해 항일운동을 하셨던 분들의 후손들이잖아요. 우리는 역사적으로 빚을 진 사람들이에요. 동포로서 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상처를 품어 낼 현명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채널A 뉴스 황하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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