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밀집지역인 안산 '땟골'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고려인 밀집지역인 경기 안산 '땟골' 거리에 방문취업비자를 거주 안정성이 높은 재외동포비자로 쉽게 바꿔줄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가 걸려 있다. 2013.12.27 eddie@yna.co.kr
막노동 고려인 작업장서 잇따라 숨져…"지원책 절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고려인이 작업장에서 잇따라 숨지면서 시민단체가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8일 경기도 안산의 고려인 지원 단체인 '너머'에 따르면 지난 4일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인 남모(63) 씨가 경기 화성의 한 공사장에서 일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졌다.
고인은 5년 전 한국에 온 부인을 따라 지난 4월 말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했다. 그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데다 고령인 탓에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고인은 숨진 당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공사장으로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가 숨을 거두면서 한국에 온 지 한 달여 만에 유골함에 담겨 고향 땅으로 돌아가게 됐다.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에 따른 돌연사로 추정됐다.
유족은 따로 빈소를 마련할 여력이 없어 오는 9일 화장을 치른 뒤 안산 자택에 유골함을 안치하고 조촐한 제사상을 차리는 것으로 장례식을 대신하기로 했다.
같은 날 안산의 한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박모(55) 씨도 머리 위로 떨어지는 철골 구조물에 부딪혀 병원 치료를 받다 숨졌다.
'너머'의 김영숙 사무국장은 "박 씨의 유족과 함께 산업재해로 보상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고려인은 조선족과 달리 언어 소통이 어려워 막노동 같은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탓에 부상이나 사망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려인은 지역 건강보험 가입조차 쉽지 않은데 이는 구소련 지역의 서류가 번역이나 공증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조상의 땅'을 찾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고려인이 늘어나는 만큼 최소한의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체류 중인 고려인은 4만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경기도 안산은 이중 7천여 명이 모여사는 국내 최대 고려인 거주지다.
newgla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08 17:36 송고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