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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9 21:30
[주목! 이 사람]고려인지원센터 ‘너머’ 김영숙 사무국장 “고려인 4세 안정적 체류 보장해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977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7041815… [6183]
국내 최대 고려인 밀집지역인 경기 안산시 선부동. ‘땟골’이란 이름이 붙은 조용한 동네, 간간이 러시아어 간판이 보이는 골목의 끝에 고려인동포지원센터 ‘너머’가 있다. 고려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다세대주택을 리모델링한 이 작은 건물은 안산에 터를 잡은 고려인 동포들의 복지센터이자 사랑방이며 학교이기도 하다. 낮에는 아이들로 북적이고, 저녁엔 일터에서 돌아온 어른들이 밤 늦도록 교실에 모여 한국어를 배운다.

올해는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 ‘카레이스키’ 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들 고려인의 후손들 중 최근 한국에 정착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루블화 가치 하락과 이에 맞물린 중앙아시아 국가의 경제 악화 영향이다. 국내 체류 고려인은 약 4만여명으로 추정되며, 그 중 약 1만2000명이 반월·시화공단 등 중소형 공장이 몰려 있는 안산에 거주한다. 

2011년 한글야학을 시작으로 고려인 동포들의 정착을 지원해온 김영숙 사무국장의 역할은 한 손에 꼽기 힘들다. 고려인들의 한국어 선생님이자 상담가이며, 체류와 노동 관련 각종 행정지원과 지역사회 네트워킹까지 말 그대로 ‘1인 다역’이다.

‘너머’는 최근 안산 지역사회에 ‘강제이주 80년 국민위원회’를 제안했다. 강제이주 80년을 맞아 관이나 민간 주도의 기념행사도 많이 열리지만, “이번 기회에 고려인 4세의 위태로운 체류 문제를 해결하자”는 바람에서다. 재외동포법상 고려인 4세는 ‘외국인’에 해당돼 만 19세가 되면 동반비자 기간이 만료돼 한국을 떠나야 한다. 가족과의 생이별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돌아갈 곳’이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많은 고려인이 한국에서 ‘살기 위해’ 입국합니다. 가족 단위 입국이 많아지면서 거주국에서의 생활을 아예 정리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한국을 떠나도 돌아갈 곳이 없어요. 한 열여덟 살 아이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한국에 왔어요. 이제서야 학교도 다니고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내년이면 여기를 떠나야 한다고 했더니 사색이 됐어요. 우즈벡으로 돌아가도 소수민족, 이방인일 뿐이고 여기서는 ‘외국인’인데 자신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요.” 

김 사무국장의 표현에 따르면, 고려인은 한국에 입국한 이주민 중에서도, 동포사회에서도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다문화가정에 집중된 정부 이주민 정책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동포비자(F4)로 입국하더라도 취업과 노동에 제약이 많았다. 방문취업비자(H2)로 입국하면 노동이 가능하지만, 최장 4년 10개월로 체류기간에 제한이 있다. 일제강점기 연해주 이주부터 스탈린의 강제이주로 인한 중앙아시아행, 옛 소련 붕괴 이후 자민족 우선 정책으로 인한 소외와 미래가 불확실한 한국행까지. 말 그대로 이주와 이주를 반복하는 ‘유랑의 역사’인 셈이다. 20일 출범하는 국민위원회는 국내 거주 고려인 동포들의 안정적 체류를 위한 ‘고려인 특별법’ 개정과 함께 안산시 고려인 조례 제정, 이주 가정사 사료 모으기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포의 지위로 동포비자를 받고 입국하는데, 입국 이후에는 모든 정책에서 배제된 ‘외국인’이 고려인 동포들입니다. 다문화가정이나 일반 이주노동자와는 달리 정부에 전담 부서조차 없어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고려인 동포들에 대한 전담 부서부터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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