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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15 17:56
빅토르 최와 <레토>, 로큰롤로 꿈꾼 청춘의 여름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989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9448&bigcateidx=19&subcateid… [6577]
(출처: 이즘 izm.co.kr)
http://www.izm.co.kr/photo/Feature/2019-01/%ED%81%AC%EA%B8%B0%EB%B3%80%ED%99%98_resize_yV5MxUvO.jpeg
 


젊음은 삶 그 자체로 아름답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 레토 >는 1980년대 소련의 '검열받는 나날' 속 로큰롤로 뜨겁게 흐드러진 청춘을 찬미한다. 어두운 흑백 화면처럼 억압된 사회 속에도 음악으로 소통하고, 음악으로 저항하며, 음악으로 삶을 온전히 끌어안던 젊음만은 찬란했다. 티렉스와 데이비드 보위,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이기 팝이 인도한 공산 국가의 로큰롤 세대, 그 중심에 고려인 빅토르 최(러시아 이름 빅토르 초이)가 있었다.


러시아 음악에서 빅토르 최와 그의 밴드 키노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정식 음반 유통을 허가하지 않던 소련에서 해적판 디스크로만 젊은 세대의 폭발적 인기를 끌어냈다. 공공장소에서의 공연도 금지, 일체의 홍보도 금지됐으나 반전, 반핵, 젊음의 좌절을 노래한 빅토르 최는 소련 최고의 대중문화 스타였다. 1990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의 단독 콘서트엔 6만 2천 관중이 운집했다.

그 해 빅토르 최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그는 영웅을 넘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다시 태어났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모두가 빅토르 최를 추모한다. 구 소련과 신 러시아, 공산주의로부터 자본주의로의 전환 속에도 그는 여전히 러시아 젊음의 상징의 지위를 유지했다. 지금도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초이의 벽' 앞에 삼삼오오 모여 그를 기린다. 거리는 '초이는 살아있다' 낙서로 빼곡하다. 

영화는 에너지와 열정으로 역동적이다. 동시에 이 영화는 왜 러시아 청춘들이 빅토르 최 사후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를 기리고 열광하는지를 넌지시 암시한다. 2010년대 들어 급격히 민족주의 / 보수화된 러시아 사회가 강력한 검열과 규제로 젊은이들의 문화와 비판을 감시하는 현실이 1980년대 소련의 억압된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탓이다. 

1981년 레닌그라드에는 단 하나의 관제 라이브 클럽이 있었고 모든 노래는 정치 검열을 거쳐 '사회주의 운동에 우수한 내용'으로 적합 판정을 받아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로큰롤이 울려 퍼지는데도 관객들은 정자세로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들어야 했다.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러시아의 예술 검열 운동에 반대해온 대표적 인사로, 그가 이끄는 예술단 고골 센터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황당한 이유로 < 레토 > 촬영장에서 연행되어 현재까지 가택연금 상태다. 

빅토르 최와 뚜소브까 아티스트들은 직접적인 이데올로기와 저항의 깃발을 들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비유는 불투명한 미래와 억압된 현실에서 그저 하루를 살아나가던 청춘의 불안을 건드렸고, 음악은 해방의 창구가 되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의 히피들처럼, 1980년대 소련 청년들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유한 '혈액형'을 노래했고 '나는 나의 집을 선언한다(비핵화 지대로)'를 외쳤다. 서구와 동구를 막론하고 로큰롤은 가장 강력한 저항의 도구이자, 대중을 결집하는 시대정신의 보편적 상징이었다. 

< 레토 >는 진솔한 삶의 모습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청춘들의 송가다. 솔직한 표현과 도전 정신, 사회를 관조하는 거리낌 없는 시선은 무채색의 1980년대 소련 사회에 색을 칠하던, 작지만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었다. 그 중심에 로큰롤이 있었고, 마이크와 나타샤, 안드레이가 있었으며 빅토르 최와 키노가 있었다. 얼어붙은 동토에서 찬란히 빛나는 태양의 여름날(레토)을 꿈꾼, 낭만주의자들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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