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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8-06 14:03
[한겨레] 월급 150만원, 건강보험료 11만3050원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719  
   https://news.v.daum.net/v/20190802154808500 [4338]

[한겨레21] 이주노동자에 고액 보험료 매긴 뒤 연체 땐 체류 불이익… 
건보 재정 적자 줄이려는 꼼수?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쏙(가명)이 받은 2019년 8월 건강보험료 고지서. 이주노동자 쉼터 ‘지구인의 정류장’ 제공

#1. ‘건강보험료 2019년 8월 고지서’

충북 충주의 한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노동자 쏙(가명)은 농장주에게 우편물을 받았다. 농장주의 설명은 어려웠다. “7월25일까지 11만3050원을 내야 한다”는 말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를 돕는 단체에 물으니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한국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했다. 덜컥 겁이 났다. 건강보험료를 내면 아플 때 병원 치료를 싸게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녀는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시골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쏙은 다치거나 아파도 참고 있다.

쏙은 건강보험을 모른다. 건강보험료 11만3050원에는 장기요양보험료 8860원도 포함됐지만 단기 체류 비자로 한국에서 일하는 쏙이 나중에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 달에 휴일 없이 일해도 150만원 남짓 받아 100만원 넘는 금액을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는 그에게 11만3050원은 큰돈이다.

#2.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중국동포 김은성(53·가명)씨는 집으로 넉 장의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날아왔다. 금액은 모두 합쳐 45만원에 이르렀다. 김씨 가족은 식당에서 일하는 아내(53), 대학생 아들(26),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딸(20), 그리고 노모(75)까지 다섯 명이다.

직장가입자에 해당하지 않는 김씨는 지난달까지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로 11만3050원에 노모를 포함하기 위해 1만원 가량 더 냈지만, 7월부터 외국인 건강보험제도가 바뀌면서 김씨의 어머니와 미성년자가 아닌 두 자녀는 따로 지역가입자로 각각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러니 부담이 네 배로 늘었다.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 대표는 “취업을 못한 20대 중국동포 청년들은 건강보험료 부담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 가기도 힘든데… 취약계층 고려 안 돼

7월부터 변경 시행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가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이주노동자와 난민 등을 돕는 외국인 지원단체들은 손쉽게 국민건강보험(건보)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국이 7월부터 시행하는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주요 변경 사항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 전년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평균보험료 부과, 외국인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외 가족은 세대원으로 불인정, 건강보험료 체납 외국인 출입국 심사 때 불이익, 인도적 체류자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 부여 등을 골자로 한다.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건강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의도는 좋았다. 2019년 초 기준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의 40%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보험료가 너무 비싸 불만이 쏟아졌다. 당국은 소득·재산에 따라 산정한 보험료와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의 평균보험료(11만3050원) 중 높은 금액을 내도록 했는데, 외국인은 소득·재산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건강보험 가입자의 평균보험료인 11만3050원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일방적인 금액 책정은 캄보디아 노동자 쏙의 사례에서 보듯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지운다.

외국인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한국인보다 낮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지난해 말 발간된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7년 연말정산을 신고한 외국인 노동자 55만8천 명의 평균연봉은 2510만원으로, 전체 직장인 평균연봉 3519만원보다 1천만원 이상 적었다.

지역가입자가 되는 외국인들은 사업자 등록이 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체에서 일하거나, 일용직·파견직으로 고용돼 직장가입자가 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렇게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책정해놓고 건강보험료가 50만원 이상 밀리면 체류 연장 허가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고, 18개월까지 밀리면 국내 체류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단기’ 체류자에게도 ‘장기’요양보험료

가족과 세대의 개념을 한국인과 외국인에게 차별해 적용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한국인은 만 19살이 넘어도 취업을 하지 않으면 부모의 세대원으로 포함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배우자와 미성년자 자녀로 세대 범위를 축소해 적용하면서 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예멘 난민 등의 유입으로 늘어난 인도적 체류자에게 이전에는 부여되지 않았던 지역가입자 자격을 주고 감액 혜택을 줘 7만9135원을 내도록 했지만, 역시 장기요양보험료가 포함됐다. 연체하면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지고 강제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역가입자 자격을 받지 못하는 3만여 난민 신청자의 건강권 보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변화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힘입어 시행됐다. 2017년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2051억원 ‘적자’라는 사실만으로 마치 외국인이 한국의 건보 재정을 축내는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2017년 외국인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를 합친 건보 재정수지는 2490억원 흑자였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적자 비중이 높은 것은 개인사업자 등이 포함된 한국인 지역가입자와 달리,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직장가입자가 되지 못한 취약계층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같은 해 한국 전체 건보 재정은 4조4475억원 적자였다. 외국인이 없었다면 4조6965억원 적자가 날 수 있었는데 외국인이 건강보험료를 내준 덕분에 적자 재정을 줄인 것이다. 당국은 7월부터 변경 시행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로 40만 명이 추가 가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3천억원에 가까운 건강보험료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주와인권연구소의 김사강 연구원은 “정부 당국이 건강보험 ‘먹튀’ 사례로 언급한 것은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 건보 혜택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오기는 어려운 구조다. 한국의 건보 재정수지가 악화되는데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국고 지원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에게 더 걷어 적자를 줄이겠다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국민은 되레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제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요 건보 ‘먹튀’는 외국 거주 한국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의 국제위원회 김영수 간사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지리적 이유로 의료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못한다. 지난 5년 동안 건보는 1조원 넘는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인 소득수준 하위 20%의 월평균 부담액(2만원)의 네 배가 넘는 건강보험료를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걷겠다는 것은 ‘외국인 혐오’에 기댄 복지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이다. 변경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를 재검토해, 취약한 이주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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