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성일 : 19-08-27 10:17
[미디어오늘] “4인 가족 건보료가 45만원, 실화냐”
|
|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713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991 [5138] |
#1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동포인 스무살 R씨. 뇌경색이 온 어머니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는 지난달부터 건강보험료로 33만원을 내야 한다. 바뀐 건강보험제도는 R씨와 어머니, 할머니를 각각의 세대로 보아, 11만원3050원씩 보험료를 걷는다.
#2 러시아 국적 고려인동포 L씨는 선천성 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산다. 그도 올해부터 2명의 가족 각각 11만 3050원씩 보험료를 낸다. 새 이주민 건강보험제도는 세대주 배우자나 미성년자 자녀가 아니면 가족도 독립된 세대로 보는 탓이다.
#3 이주인권단체 L씨는 최근 고민거리가 쌓인다. ‘통장잔고가 없어 이번달 건보료가 채 못 빠져나갔다. 체류자격을 잃는 것이냐’며 걱정하는 이주민들의 상담이 빗발쳐서다. 안 그래도 이주민은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저임금인데, 법무부는 지난달부턴 건강보험료를 3번 넘게 밀리면 체류연장을 해주지 않는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개정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명분은 ‘이주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였다. 실상은 건강보험료가 서너배에서 수십배 오른 데다 납부가 밀리면 체류자격을 빼앗아, 오히려 이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폭탄’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지난달 이주인권단체들이 결성한 ‘이주민 건강보험 차별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26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주민 차별 강화한 개악 건강보험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지난달 16일 개정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뒤 두 번째 건보료 납부일에 맞춰 열렸다.
바뀐 건강보험제도는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주민들이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문제는 턱없이 높은 보험료다. 한국인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내지만, 이주민은 최소 ‘전년도 가구당 평균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는 올해 기준 11만 3050원이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산정한 금액이 더 크면 그 금액을 낸다.
▲이주인권단체들이 결성한 ‘이주민 건강보험 차별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26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주민 차별 강화한 개악 건강보험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지난달 개정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뒤 두 번째 건보료 납부일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새 제도는 이주민 가족이 보험료를 낼 때 ‘동세대 인정 기준’도 달리 적용한다. 세대주의 배우자와 미성년인 자녀만을 같은 세대로 인정한다. 대개의 이주민 가족이 머릿수만큼 세대주로 쳐 보험료를 내게 됐다. 한국인의 경우 △직계존비속 △미혼 형제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동 세대로 인정한다. 게다가 법무부는 보험료를 세 차례 넘게 밀리면 체류자격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특히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저임금인 이들은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이들도 지역가입을 해야 하는데, 1인당 최소한 11만 3050원을 내야 한다. 이마저 한 번이라도 밀리면 보험급여를 해주지 않고, 4번 밀리면 체류연장을 불허한다”며 “정부는 건보재정 악화를 메우려는 새 방편으로 이주민들에게 건보료 폭탄을 때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특히 정부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외국인 집단에게 이 제도를 적용한다는 점이 심각하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당사자들이 우리나라 언론과 정부에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는 처지에 있기에 정부가 개악 제도를 강행한다. 인종차별이자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인권단체들이 결성한 ‘이주민 건강보험 차별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26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주민 차별 강화한 개악 건강보험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지난달 개정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뒤 두 번째 건보료 납부일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정부에 “이주민 지역가입자에게 소득과 재산에 따라 공정하게 보험료를 부과하고, 건강보험료 경감 조건과 세대원 인정범위를 한국인과 동등하게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에 직접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