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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7-06 14:39
[연합뉴스]모국서 의료인 꿈 펼치는 고려인 김 세르게이 교수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483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8/26/0200000000AKR201408261… [7488]

<모국서 의료인 꿈 펼치는 고려인 김 세르게이 교수>

 

김세르게이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

김세르게이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러시아 출신의 김세르게이(44)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고려인은 돌아오지 못한 한국의 재산으로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서 러·CIS 환자 전담 "고려인은 돌아오지 못한 한국의 재산…넓은 마음으로 포용해야"

(성남=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어머니는 우즈베키스탄을 조국으로 알고 있던 제게 '한국이 핏줄'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뒤로 한국 땅, 조상 땅을 깊이 생각하게 됐지요. 그리고 정말로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 세르게이(44) 씨는 한국에 오게 된 사연을 묻자 중학교 시절 어머니의 말을 떠올렸다. 고려인인 부모는 그에게 '핏줄'로 한국을 얘기했고, 그때부터 "내가 한국 사람이구나"라는 걸 처음 느끼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 병원 국제진료센터 부교수로 있는 김 세르게이는 '고려인'이다.

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주변에서 봐온 여느 고려인 동포와 달랐다. 무엇보다 한국말을 무척이나 세련되게,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때문인지 전문직인 의학박사로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된 배경이 궁금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고, 카자흐스탄에서 자라, 러시아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지금 사는 곳은 이들 나라가 아닌 모국 한국이다. 

러시아 명문 의대로 꼽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 의과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7년 유학지로 대구 계명대를 택했다. 

계명대를 다니는 동안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몸까지 바짝 마르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당시 유학 생활은 그에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어릴 적 TV에서 보던 한국은 그저 가난하고, 불안한 나라로만 비쳤지요. 그러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러시아 친구들도 놀라더라고요. 한국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충동질했어요. 그렇게 한국에 왔습니다."

김세르게이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
김세르게이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러시아 출신의 김세르게이(44)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고려인은 돌아오지 못한 한국의 재산으로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계명대 동산의료원에서 순환기내과로 석·박사학위를 받고 난 뒤 벤처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을 거쳐 2012년 분당서울대병원에 둥지를 틀었다.

2001년 박사학위를 받고 떠난 지 10여 년 만에 병원으로 돌아온 셈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 교수의 학문적 배경과 함께 한국어-러시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언어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고, 이는 곧 '스카우트'로 이어졌다.

국제진료센터에 김 교수를 합류시켰던 전상훈(55·흉부외과) 병원 기획조정실장은 "김 교수는 센터를 찾은 환자와 직접 상담하며 모든 것을 챙기는 '다리 역할'을 한다"면서 "말(외국어)만 되는 사람들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국제진료센터 실무를 맡게 된 뒤로 병 치료를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는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환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전 실장은 김 교수를 통해 상담을 받은 뒤 자신의 진료과로 넘어오는 외국인 환자 수가 무려 20배나 늘었다고 소개했다. 

2010년 귀화 시험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 교수에게 타향살이가 이제 지겹지는 않으냐고 묻자 '글쎄요'라는 말이 나왔다. 고향이 러시아, 카자흐, 우즈베크가 맞지만 이젠 한국이 오히려 제 집 같다고 했다. 

"정말로 운이 좋아서인지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 만나고, 험한 차별도 받은 적이 없어요. 때려치우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솔직히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한국이 편하고 좋습니다." 

고려인이자 재외동포 출신으로서 한국의 동포 정책을 따끔하게 지적해달라고 부탁하자 '포용'이라는 단어가 돌아왔다. 

"러시아에 있을 때 재외동포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독일과 이스라엘을 부러워했어요. 개인적으로 고려인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이 고려인들을 왜 포용하지 못할까요. 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한국의 재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을 찾을 때 배려할 수 있는 의료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8/27 09: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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