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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12 14:27
[경기일보]“기억해줘요 한글, 잊지말아요 한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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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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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051977 [7174] |
“기억해줘요 한글, 잊지말아요 한민족”
- 고려대 카란다쉬, 안산 고려인 어린이에 전래동화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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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고려인지원단체 ‘너머’에서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동아리 ‘카란다쉬’ 학생들과 고려인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전형민기자 | “고려인들이 한민족의 정신과 뿌리를 잊지 않도록 고국과의 오작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한민족 동포들. 지난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한국어를 잊게 된 고려인들에게 한글의 소중함을 전하는 대학생들이 있어 큰 감동을 전하고 있다.
주인공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한·러 전래동화 번역회 ‘카란다쉬’(러시아어로 연필). 10명의 키다리 아저씨들은 고려인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동화책까지 제작, 안산 ‘땟골마을’에서 동화구연에 나서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7시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위치한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의 지하 1층 한글야학 교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고려인 어린이 50여명이 15㎡ 남짓한 비좁은 교실을 가득 채우자, 알록달록 한복을 차려입은 대학생들은 ‘흥부와 놀부’ 동화구연을 시작했다.
익살스런 표정으로 동화를 읽어주던 한 대학생의 독려에 머뭇거리던 어린이가 책을 받아 흥부가 박을 타는 장면을 읽기 시작했다. 친구가 동화책을 읽는 모습에 자신감을 얻은 또 다른 어린이들도 잇따라 참여했다. 이윽고 교실에서는 합창을 하듯 ‘슬근슬근 톱질이야’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김아나스타샤양(10)은 “언니 오빠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으며, 한글을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현재 국내·외 60만명에 달하는 고려인 3·4·5 세대가 한글의 뿌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학생들이 지난 2월 의기투합해 카란다쉬를 결성했다. 정다운씨(26·여)는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 근근히 생활하고 있는 국내 고려인들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카란다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첫 프로젝트는 한글과 러시아어가 병기된 전래동화책 제작이었다. 고려인들에게 한글을 통해 민족의 혼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 책에는 ‘흥부와 놀부’, ‘은혜갚은 까치’, ‘해님 달님’, ‘견우와 직녀’, ‘단군신화’, ‘효녀 심청’ 등 6편이 수록됐다.
심형보 회장(25)은 “한국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한국문학작품 중 러시아어로 번역된 작품이 매우 적다”며 “국내에 정착한 고려인 어린이들이 처한 한국어 교육환경이 열악해 친구들과 직접 동화책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8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출판된 동화책을 현지 고려인들에게 직접 전달했으며,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도 선물할 예정이다. 심 회장은 “고려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이식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저 한글을 기억해줬으면 한다”며 “흔히 어린시절 기억은 오래간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전래동화를 잊지 않고, 훗날 자녀들에게도 한글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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